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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카메라 렌즈 이용하기

조회 수 13676 추천 수 0 2011.08.30 17:56:49

ss123.jpg 


제주에 온 다음 해인 1987년 봄,  버스를 타고 종달리에 간 후 거기서부터 해변을 따라 걷고 걸어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지금은 섭지코지가 시장터와 같지만 그때의 섭지코지는 물 하나 사먹을 가게도 없었다.  일출봉 입구인 고성까지 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섭지코지엔 걸어서 가야했다.

그래서 일단 섭지코지에 들어가면 무인도에 들어간 것과 같았는데 만발한 유채꽃과 일출봉을 촬영하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보니 라이터가 고장이 나 불이 켜지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담배가 없거나 이렇게 라이터가 고장이 나거나 해서 피울 수 없으면 더욱 피우고 싶은 게 애연가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과 꼭 같다.

어쩌면 좋지.... 그렇다고 라이터 사러 고성까지 걸어갔다 올 수도 없고 ...

요즘 같으면 설사 가게가 없더라도 섭지코지에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니 누구에게라고 '불 좀 빌립시다 ~ '하면 되는데

말 그대로 무인도이니 난 혈혈단신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담배 피우고 싶은데도 피울 수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정해서 아무 것도 못한다.

카메라의 필름도 안 돌아가고 셔터를 눌러도 셔터가 작동을 안 하고 당연히 사진도 안 찍힌다.

그냥 조금 참고 사진 다  찍은 후 어차피 버스를 타려면 고성으로 나가야 하는데 고성 가서 한 대 피우면 되지 않겠냐는 건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의 상상과 짐작에 불과하다.  민심도 모르고 탁상공론하는 정치가들의 말과 같다.

 

그러면 어쩔 것이냐.

담배 한 대 안 피우면 카메라 셔터가 작동하지도 않는다니 어차피 사진도 못 찍을 거고 그러면 할 수 없이 촬영 포기하고

섭지코지를 떠나 고성으로 나가야..... 하겠지만 머리가 늘 비어있는 내게 이때 어떻게 이런 신통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뭔 말인가 하면, 어릴 때 촌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돋보기로 곰방대의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카메라렌즈로

그렇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난 것이다.

 

생각과 동시에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몇 시간 담배를 굶은 허기증은 사람을 이렇게 민첩하게 하나보다.

35미리 표준렌즈를 꺼내 담배에 햇빛이 모아지게 했다.

대성공이다 ~~~~!!!!

조금 기다릴 것도 없이 금방 담배에 불이 붙었다.

마약기운이 떨어진 중독자가 마약을 맞으면 이런 기분일까.

그 구수한 담배 향기, 온 세상이 다 평온하고 내겐 행복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꼼짝도 안 하던 카메라가 100% 성능 복구되어 손가락을 대지 않아도 저절로 사진이 찍혔다.

  

그런데 꼭 표준렌즈로 해야 하나요...?

글쎄요, 다른 렌즈로는 해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표준렌즈가 가장 밝으니 불도 잘 붙지 않을까요 ~ ^^*.

광각렌즈나 망원렌즈 혹은 줌렌즈로도 한 번 해보시고 결과를 여기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profile

임프로

August 30, 2011
*.43.204.94

흐~이~그 난 또.

몰라도 되는 아주 유익한 정보 입니다.ㅎㅎ

 

profile

향/홈지기

August 30, 2011
*.183.197.32

ㅎㅎㅎㅎ.... 저도 담배를 끊은지 이미 23년이나 되는데 살다보면 꼭 불이 필요해서

다시 카메라렌즈를 이용할 날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profile

sinfonia

August 30, 2011
*.133.70.92

카메라는 기계이기 때문에 생각이 없고 감정도 없고 그래서 눈치마저

없을 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이 담배 한 모금 간절해서 어떻게 하면 폐 깊숙이 들어가서 입과 코로

순환시킬까 전전긍긍하다가 나중에는 신경이 곤두서고, 어쩌면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카메라가 눈치 없이 알아서 사진 한 장 덜컥 찍는 날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잘 알기에 그런 일은 하지 않지요.

 

선생님의 기지로 담배 한 대가 생명을 다 바쳐 임무 완수하기까지 기다린 카메라는

싱글벙글 초점도 알아서 맞추고 구도와 구성도 완벽하게 설정해서 찍었겠지요.

아마 모르긴 해도 그날 선생님은 대박 터뜨리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저도 담배를 피웠었기 때문에 그 판타스틱한 기분을 모를 리 없습니다 ^^~

 

profile

향/홈지기

August 30, 2011
*.183.197.32

아하~~ 그랬군요~!!

저는 녀석이 왜 글케 셔터도 작동시키지 않고 파업을 하나 했습니다.

큼직한 눈이 달려있으니 그렇게 눈치가 빠른가 봅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니 초점 구도 노출까지 완전자동으로 그냥 찍히더군요.

순 수동 기계식 카메라가 말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구도까지 자동이라는 말은 좀 거시기 했죠....?)

profile

안단테

May 21, 2012
*.185.20.23

그럴 때는 보통 두대 연달아 피우는데, 그 정도를 판단할 때, 서너가치는 피웠을 것 같은 느낌입니더. ^^

저도 담배는 끊었습니다만, 이해는 갑니더.

profile

향/홈지기

May 21, 2012
*.8.73.212

담배 끊은지 이제 23년 째입니다.

제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 한 일이었습니다. 하하하하 ~~`

profile

제인

September 01, 2012
*.177.40.186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안가는 담배 이야기...

특히 카메라마저 주인을 섬기는건지는 잘 모르지만

셧터가 말을 안 듣는다니 이해 안갑니더..ㅎ

자동차가 가끔 꾀를 부릴때가 있는데  주인땜에 그럴까예? ㅎㅎㅎ.. 

profile

향/홈지기

September 01, 2012
*.8.73.212

담배에 불을 못 붙이면 당연히 카메라의 셔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수 없고요.

한 번 실험해 보시지 않으실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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