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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주-한라산과 30년을 살다

조회 수 6912 추천 수 0 2016.03.23 12:57:23

육지에서 제주로

건널 제濟 고을 주州 해서 제주濟州다. 글자 그대로 제주는 육지에서 물 건너에 있는 고을이다. 1986년 3월 24일 바로 내일 아침,

나를 태우고 전날 부산에서 출발한 카페리는 밤새 통통거리며 헤엄쳐 열세 시간 만에 제주에 도착했다.

길다란 제주항 방파제를 곁에 두고 내항으로 들어오며 멀리 보이는 하얀 한라산을 처음 만났다. 제주에 사는 동안 저 하얀 산을

꼭 올라가 봐야지 했다. 그 하얀 한라산에 반해 30년이나 지난 지금도 제주를 떠나지 못하게 될 줄은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다.

크지 않은 섬 3년 정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 육지로 나가야지 했다. 이제 66살인 이군이 새파란 서른여섯 살 훈이

준이가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인 때였다.

 

제주시 삼양동 회사사택에서 살림을 시작한 우리 네 식구는 매일 매일 신기한 탐험을 하는 것 같았다. 계란과 달걀이 같은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독새기도 같은 말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보는 것 마다 신기했고 눈이 현지화되기 전에 나는 많은 사진을 찍었다.

  

흑백에서 컬러로

처음 제주에서의 사진촬영은 어쩌다 컬러네가티브를 쓰기도 했지만 육지에 있을 때처럼 거의 흑백필름으로 찍었다. 코닥의 100피트

짜리 플러스 엑스(Plus-X)를 사다가 암실에서 32컷 정도 길이로 잘라 빈 매거진에 감아서 썼고 D76으로 현상했다.

제주에 온 이듬해부터 흑백필름과 함께 컬러 슬라이드(포지티브)를 쓰기 시작했다. 도시의 뒷골목이나 시골 장터 등의 촬영엔

흑백필름도 괜찮았지만 제주의 자연풍경엔 컬러필름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컬러 슬라이드를 쓰면서도 흑백사진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암실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그러던 어느 날 ‘필름 없는 카메라’가 나온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코닥에서

나온 200만 화소의 DC290이라는 장난감 같은 컴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거금 120만원이나 주고 샀다. ‘필름 없는 카메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사진이 찍히는지 궁금해서였다. 카메라와 함께 받은 CF 메모리카드는 16MB짜리 하나였다. 메모리 용량이 워낙

작아서 우도나 일출봉 등으로 다닐 때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카드를 비우기도 했다. 그때 쓴 글이 다음과 같다. ‘... 앞으로

메모리도 기가급으로 늘어난 것이며 LP가 CD로 바뀌듯이 필름사진의 자리를 디지털사진이 차지하게 되겠지...’

 

그리고 2년 후인 2003년 5월 스승의 날에 처음으로 DSLR인 캐논 EOS 10D(600만 화소)와 두 개의 렌즈를 가까운 친구로부터 선물

받아 본격적으로 디지털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EOS 1Ds Mark ll, 1Ds Mark lll, 5D Mark ll를 거쳐 금년 들어 5DsR(5,060만

화소)까지 오게 되었다.

 

필름사진에 비해 디지털사진이 좋은 건 역시 노출과 색온도의 자유로움이 아닌가 싶다. 촬영과 동시에 노출의 과부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로도 모자라 단독노출계까지 사용하던 사람들에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좋은 풍경을 만나

촬영하고도 현상된 필름을 보기 전에는 안심을 못하고 약간의 노출 과부족에 안타까워하던 일들이 이제는 추억과 역사가 되었다.

다음으로 좋은 또 하나는 촬영 후 색온도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Raw 파일을 다루다 보면 필름사진 때 어줍지

않게 CC필터로 색온도를 보정하던 일들이 꿈속의 일 같이 떠오르기도 한다. 노출의 과부족 또는 색온도의 보정을 위해 필름원판을

수정 복사하기도 했으니 처음부터 디지털로 사진을 시작하신 분들은 그 고난의 행군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을 듯하다.

 

 건강해지다

초등학교 때 가을 운동회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약골이었던 난 제주에 올 때도 체중이 53kg였는데 이 체중은 결혼할

무렵 그대로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65kg이니 적당한 몸이 된 셈이다. 제주에서의 삶이 약골이었던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한라산 산행촬영을 425회를 했는데 건강해져서 그렇게 산행을 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산행을 하면서 건강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60대 중반이나 되어 히말라야 트레킹을 세 번이나 한 것도 제주에서 건강한 몸을 얻었기에 가능한 거라고 믿고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제주로 온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과 서울에서 각각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새댁 같이 36살에

제주에 온 이군은 이제 수현이 해원이의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내 산행에 동행하기도 한다.

  

과분한 행운

낯선 땅 제주에 와서 30년이 지났고 어느 덧 내 나이도 70살이 되었다. 세월이 물 흐르듯 흘렀다. 3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식구 모두가

건강해졌다. 식구들 굶지 않고 살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사진을 찍으면서 살았다. 더구나 꼭 15년 전의 바로 오늘인 2001년 3월 23일

내게 다가온 분에 넘치는 행운은 내 인생의 후반부를 내내 행복하게 했다. 내가 이제까지 촬영한 제주-한라산 사진 모두와도 이 행운을

바꾸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내 삶은 크게 잘 되는 일도 없이 그저 그랬고 늘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이 행운으로

말끔히 해소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행운은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더 바랄 게 없다. 제주는 내게 대박이었다.

 

 

 

001.jpg

1986년 3월 24일 아침 제주항에서 만난 한라산-.

굴뚝 세 개가 있는 곳이 예전의 북제주화력발전소(현 제주화력발전소)인데 여기서 10년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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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주에서는 거의 흑백필름으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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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동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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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뭔 목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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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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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섬에 건너가서 문주란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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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백록담 바닥 가까운 곳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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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서북벽을 내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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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왕관바위가 보인다/서북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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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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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벽 백록샘 부근-

 그때만 해도 이렇게 고사목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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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오름 기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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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스트를 강하게 하기 위해 R1 필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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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굼부리 건너편의 초원-

 이 사진부터 슬라이드 필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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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에서 본 비양도-

 이 사진이 지금도 CNN 홈페이지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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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산수고 앞 종달리의 유채꽃과 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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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리 뒷산에서 담은 일출봉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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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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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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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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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코스/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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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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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서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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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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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과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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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만난 브로켄(Broc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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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리 해변

이 사진부터는 디지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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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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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막내 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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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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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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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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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악계곡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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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의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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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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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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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코스 해발 1500미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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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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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700미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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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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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히말라야 촐라패스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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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의 마차푸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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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히말라야의 랑탕리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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