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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코닥에 대한 사소한 추억

조회 수 200 추천 수 0 2012.01.15 11:33:50

코닥은 그 자체가 필름과 사진의 대명사였다. 내가 처음 현상한 필름이 Plus-x였고 30년 넘게 가장 많이 사용한
현상제가 D-76이었다.
후지필름을 비롯한 군소 필름회사가 생겼지만 코닥필름은 말 그대로 반석 위의 아성과 같이 흔들림이 없었다.

130년간 세계인의 필름으로 이름을 떨치던 코닥, 최대 16만명이나 되던 종업원들은 노란 바탕의 빨간색 이니셜이
새겨진 유니폼입을 입고 강한 자부심으로 일해왔다. 포지티브의 대명사였던 엑타크롬 64,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올림픽 때 잠시 현상을 선보였던 코닥크롬, 흑백의 Plus-x, Tri-x 그리고 T-MAX...
한 때 코닥은 내 사진의 전부였다.

난 흑백필름은 코닥을 쓰면서도 컬러 포지티브는 후지필름을 썼다. RDP를 쓰다가 감도 50인 RVP를 즐겨 썼는데
녹색과 푸른색이 잘 재현되는 색상이 좋아서였다. 그리고 그런 후지필름의 색상은 디지털사진을 하는 지금도
내 사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35미리 흑백필름은 늘 100피트짜리를 사서는 암실에서 컬러필름용 빈 통에 감아서 썼다. 처음엔 서툴러서 고생을
했으나 차츰 숙달되고 또 필름을 감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서 손쉽게 감았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물론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형 카메라를 쓰게 되고 120필름과 220필름을 쓰면서 코닥필름보다 후지필름이 사진가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느낌은 필름의 실테이프(Seal Tape)에 있었다. 코닥필름의 실테이프는
완전히 붙여져서 장갑을 낀 손으로는 물론 맨손으로도 손톱으로 긁어서 끊어야했지만 후지필름은 실테이프의
끝을 완전히 붙이지 않아 장갑을 끼고도 실테이프를 끊어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소한 차이지만 특히 강추위가 몰아치는 계절에 산에서 사진을 찍을 때 그런 차이는 제품에 대한 신뢰감마저 다르게
했다. 그러면서 코닥은 왜 이렇게 못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코닥이 얼마 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한다.
16만명의 종업원은 1만 9천 명으로 줄었고 한 때 9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40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 코닥도 망할 때가 있구나 싶은 심정이 들었다.
이미 37년 전에 100x100 픽셀의 이미지를 카세트테이프에 저장하는 방식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도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파산을 신청하는 코닥의 모습을 보고 아쉬움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이나 현대의 앞날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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