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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목성균 선생님을 그리며

조회 수 20096 추천 수 0 2010.05.21 09:55:50

 아래 글은 14년 전인 1996년 4월에 '月刊 朝鮮'에서 발췌해 두었던 글이다.

 

뉴욕에서 만난 『鐵의 사나이 』 朴泰俊 前 浦鐵 회장과의 3시간 대화

... 세상 돌아다니며 이름 날리는 학자들, 사상가들을 많이 만나 보았으나 그 누구에게도 머리가
수그러져 본 일이 없다. 마르쿠제나 하버마스 같은 스타들도 만나보면 인간적 감동을 전혀 주지
못한다. 어딘지 모르게 뾰족한 소아를 드러내기 때문에 존경심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되 그 著者를 만나고 싶지 않는 것은 내가 만난 모든 著者들이 그들의 저서보다 훨씬 초라하고
속이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상하는 삶을 가장 행복한 것이라 하여, 실천적인 삶, 즉 정치지도자나 군사지도자의
치열한 삶보다 높이 평가했는데, 이것은 시시한 자화자찬의 헛소리다.

참으로 오랜만에 머리를 깊이 숙여 『鐵의 사나이』에게 절을 했다.
나이가 60을 바라보는 사람이 존경할 사람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언제 다시 누구를
3시간 동안 만나기 위하여 왕복 8천리의 눈길을 차를 몰고 갈 것인가.
아마 그런 행운은 다시 없을 것이다.

       月刊 朝鮮  1996. 4월호 “김상기 교수의 미국통신”에서 발췌

       김상기 교수 : 1937년 대구 출생. 서울대 철학과, 동 대학원 졸업
                     중앙일보 기자. 1967 도미. 뉴욕 주립대 박사.
                     현재(1996년 당시) 남일리노이대 교수

 

 

마음 속에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 하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은 6년 전 타계하신 수필문학가 故 목성균 선생님이다.

목 선생님을 처음 만나뵌 건 2002년 시월 마지막날 군산에서의 추억만들기 모임에서였다.
뵙기 전 이미 선생님의 작품 몇 편을 읽었었고 이런 글을 쓰신 분은 실제로도 이럴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뵙고보니 그리고 그후  뵈오면 뵈올수록 그분의 인품과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만일 위의 김상기 교수가 목 선생님을 만났다면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만나 실망할 때도 있지만 더 큰 감명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리라.

나보다 아홉 살 연배이신 선생님은 체구도 작고 마르신 편에 얼굴도 좀 못 생기신 편이다. 쉽게 말해 볼품이 없는 분이다.
그런 분에게 난 첫눈에 반해버렸고 그 첫 만남 후 불과 1년 반만에 그분은 나와 우리 친구들 곁을 떠나셨다.
이미 나이 60을 훌쩍 넘은 내가 그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지금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건 세상살이의 어떤 이해타산도
없이 존경하는 순수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목 선생님은 수필을 쓰시고 난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서도 우린(감히 이런 표현을 쓴다) 모임의 친구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부터 아침이 되도록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었다.
결코 격정적이지도 않고 웅변적이지도 않고 말씀 하나하나에 아무런 가식도 없다. 대화 내용에 귀를 솔깃하게 하는
내용도 없고 시시한 세상 살아가는 내용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 그분과 무슨 이야길 나누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분과 마주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아니, 시간 가는 게 아쉽다.
어떤 사람과는 5분만 이야길 해도 대화가 끊어지고 5분만 함께 있어도 지루한 경우가 있는데.
청산유수이기는커녕 약간 어눌하기까지 한 말씀과 잔잔한 미소, 거기다 그분의 수필론인 솔직하면 창피하고
감추면 의미가 없다는 말씀 그대로인 인품에 난 빠져들었다.
그게 그분의 산 같은 매력이다.


난 사진에 관한 것 외엔 책을 별로 읽지 않는 편이다.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와도 체면상 몇 쪽 읽고는 그만이다.
그런 내가 그분의 작품집 '명태에 관한 추억'과 '생명'은 연필로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비록 많지 않은 수필가들의 작품을 읽었지만 그분처럼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과 부끄러운 면을 적라라하게 들추어낸 분은
보지 못했다. 교통위반 단속을 하는 젊은 경찰관에게 돈을 줬다가 부끄러움까지 당하는 '길 위에서',
당신의 이율배반적인 마음의 갈등을 그대로 나타낸 '액자에 대한 유감' 등 선생님의 작품 곳곳이 그렇다.

선생님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으셨다. 불과 100여편 정도다. 그리고 어느 작품에서도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당신
스스로를 미화한 게 없다. 미화하기는 커녕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당신의 약점을 사정없이 드러내신다. 마치 보통 사람들이
남의 말  하듯이.
어차피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신변과 관련한 내용일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미화하려는 게
인지상정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수필에 대한 기준인  '...감추면 의미가 없다'에 철저하셨다.

참 뵙고 싶다.
내일은 선생님 가신지 6년 째 되는 날, 오랜 시간의 사귐이 아니었는데도 그리고 이미 가신지 6년이나 지났는데도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일찍 가신 아쉬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청주 목련공원 양지 바른 곳에 계시면서 그동안 또 얼마나 좋은 작품을 쓰셨을까...

 

a05.jpg 

문경 자연휴양림에서-

이 사진을 찍은 1년 후인 2004년 5월 타계하셨다.

 


 


profile

Yeon

May 24, 2010
*.151.68.52

선생님뿐만 아니라 요즘 수필계에선

목 선생님 작품이 필독서가 되어 있을 만큼

선생님은 글 쓰는 이들에게도 존경받고 계십니다.

그렇게 멋진 분이니 하느님도 서둘러 모셔가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선우미디어에서 나온 선집은 참 좋아요.

손에 쏘옥 들어오는 책을 언제 어디서든 자투리 시간이 났을 때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profile

향/홈지기

May 24, 2010
*.183.197.32

살아계실 때 많은 분들이 선생님을 알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나이를 초월해서 제겐 인자하신 어른이셨고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셨고 우리 친구들에겐

멋진 리더이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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