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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버리는 것에 대한 아픔

조회 수 16216 추천 수 0 2010.04.25 11:28:01

187.jpg 

 

 

지난 해인 2009년 8월에 시작한 사진작업이 이제 8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고해상도의 슬라이드쇼를 만드는 이 일에 내 시간의 거의 모두를 걸고 있는데 35mm부터 612나 617포맷의 120필름사진은 물론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까지

제주에서 24년간 촬영한 모든 사진이 포함된 이 작업은 어쩌면 내 사진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능하면 CD 한 장에 담을 크기로 편집하는 게 좋겠지만 좀 더 커지더라도 1GB 이하로 하려고 한다.

편집한 파일 하나가 1GB 이상이 되면 컴퓨터에서 띄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시간에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많은 사진을 버려야한다.

문제는 어떤 사진을 택하고 어떤 사진을 버리느냐 하는 것인데 이게 너무나 힘들어서 이 일만 하는데도 몇 개월이 그냥 지나갔다.

한라산의 한정된 촬영포인트에서 24년간 촬영하다보니, 예를 들어 영실의 여름사진만 해도 비슷비슷한 사진이 엄청나게 많아서 한 눈에 취사선택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기껏 버리고 나선 편집하다가 '어~...? 그 사진이 어디 갔지...?' 하면서 다시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1998년 3월 1일에 촬영한 위의 사진도 버렸다가 다시 찾아 편집에 넣은 것이다.

특히 이런 파노라마 사진은 화면 크기가 제한된  슬라이드쇼에서 불리하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617을 잘라 69 포맷 정도로 만들기도 한다.

이럴 때 참 마음이 아프다. 기껏 파노라마로 촬영한 사진을, 더구나 제대로 된 크기로 보면 너무나 근사한 사진을 뭉텅 자르다니....

촬영할 때의 화면보다 크롭해서 더 나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약간 마음에 덜 들어도 그것도 내 사진의 흔적이라고 애써 자위하기도 한다.

 

이렇게 버렸다가 다시 찾아 주거나 크롭해서 구제하기도 하지만 워낙 제한된 숫자가 적으니 전체 사진에서 95% 정도는 어차피 버려야 한다.

한 번 쓰윽 보고 허접한 놈엔 Delete 키를 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차 잘못하면 내가 아끼는 사진까지 삭제해 버리는 '사고'를 낼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

뭘 버리고 선택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우선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게 쉽게 되질 않는다.

이놈도 저놈도 선택하게 되니 과감하게 버리자고 몇 번이나 칼을 빼들어도 잘 되질 않는다.

버리는 게 왜 이리 힘들까...

버려야하는 사진 하나하나에도 모두 수고한 내 손발의 흔적이 담겨있고, 한라산과 제주를 촬영하겠다고 제주로 온 후의 내 삶의 질곡,  이제 환갑 진갑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의 사진에 대한 내 젊음과 열정이 담겨 있으니 그런 걸까.

 

아픈 마음 추스리며 오늘도 사진을 버리고 그러다가도 미련에 지고 말아 다시 찾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난 해 여름 시작한 작업이 이제 금년의 봄을 지나가고 있다.

다시 여름이 되어야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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