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아내의 왼발을 수술했다.
생전 하이힐 한 번 신지 않은 아내의 왼발이 심하게 변형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였다.
예전에도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굽긴했어도 '죽는 병 아니니' 그냥 그냥 살아왔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발과 엄지발가락이 이어진 부분이 튀어나오고 그 부분이 신발에 닿아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신발을 살 때 조금 큰 걸 샀다.
그렇게 하니 이번엔 오른신발은 헐렁해서 덜덜 끌렸다.
그래도 그냥 저냥 지내왔다. 여자니까.
지난 해 가을 아내에게 등산화를 하나 사줬다.
모양도 예뻐서 아내는 무척 좋아했으나 두 번 신어보고는 신지를 못했다.
왼발 튀어나온 곳이 너무 아파서다.
새 신발을 사서 거의 떨어질 때가 되어서야 그 신발 왼쪽이 맞는다는 말을 아내한테서 들었으면서도
무심했다가 이제서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내년이면 환갑인 아내-
그러나 앞으로 살 날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발을 고쳐보자고 했다.
종합병원을 찾아 진단을 하고 수술날짜를 잡고 하루 전날 입원을 해서 마침내 수술을 했다.
살을 가르고 발의 뼈 두군데를 V자로 잘라 바르게 맞추고 철심을 다섯 군데에 박았다.
3일에 한번씩 소독하기 위해 붕대를 푸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수술한 왼발이 너무 예쁘다고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진작 수술시켜줄 걸....
이제 엄마가 예쁜 신을 신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기대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오늘은 입원한 아내가 18일만에 집에 돌아온다.
아침 일찍부터 집안 청소를 해야겠다.
수술한 지 3일째.
아내의 구멍난 왼쪽 신발.
2년 전 마라도에 갔다가 잠시 쉬고 있는 아내의 신발을 보니 이렇게 닳았다.
이때도 그저 걸음걸이가 별나서 신발이 이렇게 닳는다고 생각했었다.
엄지발가락이 아파 그렇게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