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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걷지 못하면 죽는다.

조회 수 1416 추천 수 0 2018.07.26 08:52:56

원래부터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내가 새벽걷기를 시작한 지 이제 만 9년이 지나 10년째 접어들었다. 지난 20097

백두산 트레킹을 한 후 걷기 시작했고 2011년의 쿰부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두고는 몸을 만든다며 그 전 해인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코스를 정해 걷기 시작했는데 2011년 봄과 가을 그리고 2013년 봄 등 세 차례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 하고도

여전히 걷고 있는 건 걷는 게 내게 잘 맞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가을 2년마다 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정기점검 때 체중

1kg이 넘은 것 외엔 모두가 ‘A-정상것도 9년간의 걷기 결과라 믿는다.

 

나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걷는 이군은 걷기에 거의 결사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500가지 병을 달고 사는이군은 15년도 넘게

먹던 혈압약도 걷기 덕분에 끊게 되었고 2.7까지 내려갔던 골다공증이 2만에 정상화 된 것도 약을 먹으며 걸었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나 산행 후 몸이 무거울 때 이른 시간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걷지 않으면 죽는다

말을 하면서 일어난다. 죽으면 수현이 해원이 예쁘게 자라는 것도 못 본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보라가 치면 산에서 입는 방한파카에 버프까지 하고 걷는다. 오늘 하루만 쉬자며 게을러지려고 할 때는 이런 말도 한다.

하루 제끼면 한 달 제낀다

 

우리 부부는 하절기엔 4시 동절기엔 5시에 일어나 걷는다. 지난 9년간 새벽걷기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은데도 아직까지 계속

걷는 사람은 몇 안 된다. 걷기를 그만 둔 사람도 있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래 살자는 게 아니라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다. 새벽걷기를 하는 사람들 중 그런 사람이 몇몇 있었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도 걷는 걸 봤는데

안 보여 물어보면 죽었단다. 우리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전에 481회째의 한라산 산행을 했다. 성판악코스를 타고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하산했는데 runkeeper 기록을 보니 그날

하루에 14시간 넘는 시간 동안 사진 찍으며 21km를 걸었다. 이제 72살이나 되는 나이에 12kg의 배낭을 지고 그렇게 걸을 수

있는 것도 꾸준히 새벽걷기를 한 덕분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매일 걷는 거리는 8.7km정도이고 1시간 40분 동안 걷는다. 보통보다 약간 빠른 걸음이어서 셔츠가 젖을 정도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아직 건강하게 산행을 하는 건 평소에 한라산을 오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산행을 하는 건 많을 때는 한 달에 7,8회 또 어떤 때는 3일간 연속해서 할 때도 있지만 안 할 때는 몇 달 동안 한 번도 안하기도 한다.

그렇게 산행을 하는 건 자칫 몸에 무리를 줄지언정 몸을 건강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특히 나같이 촬영배낭을 짊어지고

하는 산행은 무릎에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도 있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걸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스치면서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있고 그냥 스치는 사람도 있다.

배치기-라고 우리가 이름을 붙인 사람은 배가 남산만 했는데 걸으면서 두 손으로 계속 배를 두드리며 걸었다. 배를 두드리면

나온 배가 들어갈까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배가 다 들어가서 지금은 배를 두드리지 않고 걷는다. 아주 씩씩하게 또 우리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다.

 

핸드폰아줌마-30대 초반인 이 여자는 거의 매일 만나는데 걷지는 않고 우리 아파트 앞에 나타나서는 30분가량 핸드폰으로

뭔가를 연신 두드려보곤 하는데 도대체 이른 시간에 나와서 한결 같이 핸드폰으로 뭘 찾아보는 것인지 나도 이군도 궁금해 했다.

치렁치렁한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오기도 하고 말아서 올리기도 하는데 늘 흐트러짐이 없이 깨끗하고 가까이서 보면 피부도

아주 곱고 인물도 예쁜 여자다. 그런데 5일전부터 이 여자가 나오지를 않아 너무나 궁금하다. 나도 이군도 이건 분명히 누군가

잡아 간 게 분명하다고 했는데 제발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기를 비는 마음이다.

 

할머니1-내가 걷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군이 만난 78살인 분인데 다리를 많이 절룩거렸다. 걷지는 않고 아파트 옆 소나무숲속의

체육공원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다가 이군을 만났는데 이군의 권유로 걷기 시작했다. 6개월에 한 번씩 무릎에 주사를 맞았는데

지금은 주사도 맞지 않고 걷는 것도 훨씬 씩씩하고 건강해졌다. 건강을 찾고부터는 우리보다 더 열심히 걷게 되었다.

 

할머니2-아직 인사를 나누지 않은 분이다. 처음 몇 번 나와 이군이 인사를 했지만 어쩐지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런데 정말 걷는 속도가 빠르고 자세도 반듯하시다. 두 번인가 산행에 동행할 사람들을 캄캄한 시간에 수목원 입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이 할머니는 그 시간에 이미 거기를 걷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부부보다 훨씬 더 많이 걷지 않을까 싶다. 오늘 새벽에도 우리

 곁을 바람 같이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신선 같았다.

 

모슬포-젊고 아름다운 부인을 사별하고 혼자 걷는 분이다. 홀로 되기 한 달 전에 이군과도 인사를 나눈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축 늘어진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아침마다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부인이 떠난 후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장갑도 잃어버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아들도 딸도 있다는데 산 사람은 잘 살아야 한다. 이분은 걷는 덕분에

부인을 잃은 슬픔에서도 더 빨리 헤쳐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삐딱이-30대 초반의 젊은 여자다. 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는 게 독특하다.

70 다 된 이군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면 입도 떼지 않고 또 고개를 앞으로가 아니라 옆으로 까딱한다. 내가 이군에게 제발

저 여자에게는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해도 이군은 말을 안 듣는다.

 

음악가-다리가 O자형으로 굽고 약간 절면서 걷는 여자인데 농사일을 너무 하다가 몸이 그렇게 망가졌다고 한다. 몇 년 전 제주도

땅값이 하늘로 올라갈 때 감귤 밭을 다 팔고 그 자리에 빌라 몇 동을 지어서 임대했더니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걸 진작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mp3 재생기인지로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 걸어서 우리는 음악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외에도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몇 달 보이다가 끝인 사람도 있고 56년 계속 보이는 사람도 있다  

오늘 새벽 4시 내가 사는 동네의 기온이 31도 습도가 91%였다. 이쯤 되면 내 표현으로는 물속을 걷는 것이다. 그래도 이군과

걸었다. 셔츠의 앞과 등이 땀으로 다 젖었다. 금년 여름 이렇게 폭염이 심할 땐 무리하지 말고 좀 덜 걷자고 지난 712일부터는

8.7km가 아닌 5.8km를 걸었다. 2.9km를 줄인 것이다. 그렇게 이틀을 걸었는데 이군도 나도 영 찜찜해서 3일 만에 다시 원위치

했다. 중독 비슷한 것인데 운동이라는 걸 모르던 내게 이런 중독증세가 생겼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걷고 싶고 걸으려고 한다. 이군이 80살이 될 때 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걸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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