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히말라야 트레킹

랑탕-체르코리-고사인쿤드
Langtang-Cherko Ri-Gosainkund




[랑탕을 그리며]   

[01일차-4월 26일]     [02일차-4월 27일]     [03일차-4월 28일]     [04일차-4월 29일]     [05일차-4월 30일]     [06일차-5월 01일]    

[07일차-5월 02일]     [08일차-5월 03일]     [09일차-5월 04일]     [10일차-5월 05일]     [11일차-5월 06일]     [후기]    


[히말라야 트레킹 Himalaya Trekking]

[홈 home]











랑탕 Langtang을 그리며
꿈에 그리던 연인을 찾아가 만나고 오면 그리움이 가실까.
덜 보고 싶어질까.
그렇지 않았다.
연인을 만나고 오면 그리움이 가시기는커녕 더 커졌다.
더 보고 싶어졌다.
막연한 그리움은 구체적인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히말라야를 한 번 가보고 그만 두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퉁퉁 부어도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에 갈 히말라야를 궁리한다는 것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이제 세 번째, 그리운 연인 찾아 길을 떠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히말라야의 랑탕-
랑탕을 꿈꾸며 다시 히말라야로 떠난다.


결심하고 기다리며
금년 3월 11일에 출발하는 마나슬루 어라운드 트레킹에 참가하려고 지난 해 9월부터 몸만들기를 비롯해 준비를 했었는데 그 후 12월부터 두 달 동안 몸이 아파 고생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그러다가 몸이 좀 나아지자 이번엔 4월 1일에 출발하는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에 참가하려고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이번엔 폐렴증세와 함께 심한 몸살이 계속되어 출발 20일을 앞두고 또 포기했다.

내가 다시 히말라야에 가는 건 이젠 불가능한 일인가, 이젠 포기하자고 했다. 울적하기도 했지만 쿰부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에 다녀왔으면 됐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그러던 4월 12일 밤, 혜초에 들어가 보니 14일 후인 4월 26일에 출발하는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이 바로 오늘이 신청 마감하는 날이었고 오늘까지 여권원본과 사진 1매를 도착시켜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최소 출발인원이 10명인데 오늘까지도 9명밖에 신청하지 않아 1명이 모자랐다. 마지막 1명은 내가 들어가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이젠 포기했던 히말라야, 그 히말라야를 다시 만나라는 뜻이 아닐까.

랑탕을 결심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진 않지만 20여 일이나 앓으면서 출발 하루 전까지도 병원신세를 졌던 안나푸르나 때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면 됐다. 출발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이미 거의 모든 준비를 한 상태여서 간식거리와 비상약품 정도만 구입하면 될 것이다.


환희(歡喜)
랑탕을 결심한 이틀 후 준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소영이가 감기로 고생이 많은데 엄마가 올라와서 며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며느리 감기 정도로 그러냐고 했지만 그렇잖아도 몸이 약한데 감기로 오래 고생하고 수현이까지 돌봐야 하니 그렇겠구나 하고는 5일 정도로 잡고 올라가기로 했다. 이군은 며느리 감기도 감기지만 몸도 완전하지 않은 내가 히말라야에 가는 게 실은 더 걱정이었다. 그래도 이군은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갔다.

다음 날 준이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소영이와 병원에 다녀왔는데 소영이가 수현이 동생을 가졌다고 한다. 뭐라고~~~!!! 결혼 10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어 애를 태우다 결국엔 인공수정으로 어렵고 힘들게 얻은 자식이 부처님과 같은 생일인 수현이다. 수현이는 우리 집안의 별이다. 말 그대로 애지중지다. 수현이가 자라면 외로울까봐 동생 하나 있었으면 하기도 했으나 오래 전부터 마음도 먹지 않기로 했다. 수현이 하나만 얻은 것도 감지덕지하자고 했다.
그랬는데 소영이가 수현이 동생을 잉태했다니 이런 기쁨이 어디 있으랴 싶다. 너무나 기뻐서 다짜고짜 태명을 환희(歡喜)라고 지었다. 긴장과 약간의 불안 속에 먼 길 떠나게 되었는데 환희는 내게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한 번에 날려버렸다. 아직 키가 1cm 밖에 안 되는 녀석이 할부지한테 효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출발 1주일 전, 감기에 입덧까지 심하게 하는 며느리를 돌보다가 이군까지 감기에 걸렸다며 전화로 콜록거린다. 그렇다면 내가 랑탕으로 출발할 때까지 제주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혼자 밥 해 먹고 준비해서 출발하겠다고 했다. 이군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제주에 내려와서 자칫 내게 감기라도 옮기면 그야말로 큰 일이어서다.


힘든 일정
일정표와 표고를 표시한 그래프를 만들어 놓고 살펴보니 한눈에도 쿰부나 안나푸르나 때보다 훨씬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해발고도 3,730미터의 강진곰파에서 1,254미터를 오르는 체르코리를 하루에 다녀오는 일정이 그렇다. 한라산 성판악에서 동릉 정상까지의 고도차가 이와 비슷한 약 1,200미터이지만 해발고도 760미터의 성판악에서 출발하는 것과 3,730미터의 강진곰파에서 출발하는 것과는 난이도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리고 그보다 고도는 낮지만 하루에 고도를 1,900미터나 올리는 밤부에서 촐랑파티의 일정도 스트레스를 느끼게 했다. 쿰부나 안나푸르나 때도 하루에 이렇게 고도를 높이는 일정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랑탕을 EBC, ABC를 포함한 히말라야의 3대 트레킹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랴. 가는 날까지 감기 걸리지 말고 허리 삐끗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지 말고 떨어지는 꽃잎도 피해가며 심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수밖에.

최선을 다 하자. ABC는 푼힐까지 거치며 다녀왔고 EBC는 고쿄피크와 촐라패스를 넘어 칼라파타르까지 올랐었다.
이제 이번 트레킹을 하면 3대 코스를 완주하는 셈이지만 힘에 부쳐 체르코리를 못 오르거나 고사인쿤드를 못 보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자.

내가 언제까지 히말라야에 갈 수 있을까.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시 히말라야에 갈 수는 없다는 걸 이미 체력적으로 느끼고 있다.
내가 다시 히말라야에 간다니까 히말라야에 한 번도 안 간 사람들은 모두가 위험하고 힘든데 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데 히말라야를 다녀 온 사람들은 내 정도 체력이면 70살까지도 문제 없고 다음에 갈 땐 꼭 같이 가자고까지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말렸을 것이고 다녀온 사람들은 분석적인 생각을 하고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


떠나며
출발을 앞두고 컨디션 유지에 애를 썼으나 불과 이틀을 앞두고 감기에 걸리고 입안엔 큼직한 혓바늘까지 돋았다. 다시 두통과 오한이 생기고 식은땀이 흐르는 예전의 증세가 나타났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예전엔 심한 감기로 판피린 몇 병을 배낭에 넣고 겨울 한라산을 오른 적도 있었다. 감기는 히말라야에 두고 오자.

촬영배낭엔 25년 전 이군이 준 갈색 스카풀라가 들어있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데도 그것을 배낭에 넣어두는 것은 산에 가는 나를 염려하는 이군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출발 하루 전인 24일, 내가 가끔 꽃사진을 찍어주는 꽃집을 경영하시는 분이 신부님의 축성을 받은 거라며 갈색 스카풀라를 주시길래 촬영조끼 윗주머니에 넣어뒀다. 그런데도 출발하는 날 아침 난 신령님께 술 한 잔 올리고 떠날 것이다. 그것이 내 식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동생이 보내 준 백업용 카메라와 두 개의 배터리도 도착해서 만충전 시켰다. 모두 다섯 개의 배터리면 여러 개의 4FM 배터리를 이용한 무거운 충전기를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랑탕트레킹 중 충전이 가능한 롯지도 여러 곳에 있다는 걸 랑탕을 두 번이나 트레킹한 김만수 님의 여행기록에서 확인했다. 이것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떠난다.
어느 스님이 도망가는 야크를 따라가다가 이 골짜기를 발견해 이름 붙여졌다는 랑탕-
나는 랑탕에 가서 뭘 보고 뭘 담아올까.


D-1일차(4월 25일)
제주공항의 이스타항공은 내 카고백의 무게가 6kg을 초과한 21kg이라며 12,000원을 더 내라고 한다. 할 수 없지. 제주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가까운 1박 45,000원 짜리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깨끗하다.
집을 떠나기 전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다.
사위가 절간처럼 고요하다.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각 방의 방음이 잘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창밖의 풍경도 하늘의 빛깔도 모두 회색이다.
TV를 켜니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가수 적우가 노래를 부른다. 난 적우라는 이름보다 문유경이라는 이름이 더 좋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 ‘블루의 향기’가 좋다. 스마트폰을 켜서 저장해 둔 그녀의 노래를 듣는다.

사랑한다길래 사랑인줄 알고
있는 힘 다해 붙잡고 또 매달렸지
영원하다길래 영원할 줄 알고
절대 변할 일 없다고 난 믿었었네
모두 내 뜻대로 다 될 줄 알고
가슴 뜨거운 청춘을 태워
그 때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하얗게 밤새워 우리 노래했네
가진 것 하나 없어도 행복했던 건
가슴 벅차오는 우리 많은 꿈들
떠나간다길래 그럴 순 없다고
죽을 것처럼 붙잡고 또 매달렸지...

혼자 여행할 때의 좀 무거운 기분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인지. 가라앉은 기분인데 소영이가 수현이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님은 참 멋지세요. 손주 사진 보시고 힘내시고 행복한 여행 되세요~!!’
오냐 오냐 고맙다. 이제 곧 세 살이 되는 수현이는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자란다.

밤이 깊어 간다.












[랑탕을 그리며]   

[01일차-4월 26일]     [02일차-4월 27일]     [03일차-4월 28일]     [04일차-4월 29일]     [05일차-4월 30일]     [06일차-5월 01일]    

[07일차-5월 02일]     [08일차-5월 03일]     [09일차-5월 04일]     [10일차-5월 05일]     [11일차-5월 06일]     [후기]    


[히말라야 트레킹 Himalaya Trekking]

[홈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