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섬 여서도
sun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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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에서 본 여서도/2008년 7월 10일



1. 바람


20081006-바람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왜 열병을 앓는지 나도 모르겠다.
해마다 그런 건 아니지만 3년 전에도 심하게 앓았고 지난해에도 그랬다.
요 며칠 아무 이유 없이 또 열병을 앓는다, 아니 지금도 앓고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지만 병원에 가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건 바람이다.
바람엔 약이 없다.
그저 그 바람이 불어 가는 곳으로 함께 흘러가는 게 유일한 약이다.

지난 7월 10일 일출봉 정상에서 처음으로 여서도를 만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섬, 그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섬, 우도 너머 수평선의 해무 속에 마치 전설처럼 아스라이 나타난 작은 섬-
가슴이 두근거렸다.
목포를 통해 홍도로 오가며, 그리고 3년 전 완도에 가면서 많은 섬을 봤지만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구글어스를 전개하고 낮에 본 섬을 찾았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리 면적 2.5 평방Km 해안선 길이 10Km.
일제 때는 태랑도로 불렸고 지금도 구글어스엔 Taerang-do로 표시된 섬 여서도-

여서도에 가고 싶다.
여서도에 가면 신열이 내리고 이 열병이 나을 것 같다.

국민학교 5학년까지 다녔던 '충남 아산군 송악면 역촌리-삼거리'가 자주 꿈에 보여 언젠가 거길 한 번 가봐야겠다고 했더니 작은형님이 가지말고 그냥 그리워하는 게 낫다고 했다. 가면 실망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형님의 그런 말로 어릴 때 살던 삼거리와 이준경 장기식 강홍식 등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울산에 살 때 마침내 '꿈에 그리던' 삼거리를 찾아갔다.

온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단숨에 삼거리까지 갔다.
.....형님 말씀대로였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옆집에 살던 분들이 아직 그대로 살고 있을 뿐 친구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모두가 낯선 사람 낯선 풍경뿐이었다.

현실의 고향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 고향은 그냥 그리움으로 남는 게 좋은 것일까.
일출봉 위에서 처음 본 여서도의 느낌과 실제로 찾아가 본 느낌에도 그런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거기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어떤 낯선 풍경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거기에서 본 제주도는 또 어떤 모습일까....



20081010-시인 김만옥의 고향 여서도
인터넷을 통해 여서도에 대한 자료를 더 찾고 거기에 가기 위한 배편을 알아봤다.
제주에서 가는 직항선이 없으니 우선 완도에 가서 다시 배를 타야했다. 제주에서 완도까지는 하루에 두 번 배가 있고 완도에서 여서도까지는 하루에 한 번 왕래하는 배가 있다.
구글어스를 펼쳐놓고 거리를 재보니 제주에서 약 45Km 추자도와 거의 같은 거리에 있고 섬의 크기는 동서 2.5Km 남북 2Km 정도가 되어 우도보다도 작다.
직선거리를 차로 달리면 한 시간도 안 걸릴 거리인데도 제주에서 완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여서도로 내려가는 뱃시간만 6시간 정도나 된다. 거기다 완도에서 갈아타면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면 대략 하루를 잡아야 할 것 같다.



나보다 1년쯤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나 채 30도 안 된 나이에 자살한 시인 김만옥의 고향 여서도-
'꽃이 할킬 것 같다'고 이생진이 노래한 섬 여서도-

그런데 난 왜 여서도에 가려는 것일까.
김만옥의 시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의 체취를 느껴보려고?
이생진이 노래한 여서도가 진짜 그런지 확인하려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친구가 시인인데도 난 시를 모른다.
김만옥에 대한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여서도에 가려고 결심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딸을 두고도 극심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도 이제야 알았다.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했지만 여서도가 아름답다는 말도 없고 그런 사진 한 장 만나지 못했다.
아름답기는커녕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사진 몇 장을 본 게 고작이다. 여서도가 아름답다는 건 그저 그 이름이 麗瑞島라는 것뿐이다.
최소한 내가 검색한 글과 사진의 자료상으로는 그렇다.

구글어스를 펼쳐봐도 아직까지 그 흔한 사진 한 장 올려진 게 없는 외로운 섬 여서도-
난 왜 거길 가려는 것일까.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을 보고 싶어서일까... 정말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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