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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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의 추억


'...혹여 이런 적은 없으셨는지요. 감동이나 큰 추억은 없지만 오래된 일이 기억나고 그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큰 궁금증도 아닌 그런 기분 말입니다.

울산에 살 때인 25년 전 1983년 8월 PENTAX MX와 흑백필름만 가지고 혼자 홍도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를 6일간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25년만에 다시 홍도에 가기 위해 여행 준비를 거의 다 마친 어제 오후, 홍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을 보다가 그때 민박집 주인이 준 명함을 '발견'했는데 명함에 박힌 '이재관'이란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뭘 하고 계실까.
25년 전 제 나이 37살인 그때도 그 분은 50줄에 들어선 것 같았는데...

명함의 전화번호는 당연히 바뀌었을 거여서 인터넷을 열어 홍도의 숙박업소와 식당 등을 찾아봤더니 '소망횟집 이재관'이라고 있네요.
궁금하면 전화를 해야지요.

"여보세요, 저는 제주도에 사는 김봉선이라는 사람인데요, 혹시 소망횟집의 이재관 사장님이 예전에 홍도국민학교 바로 아래에서 민박집 하시던 분이신가요?"
"아 맞아유, 지가 긴디유. 그런디유...?"
"안녕하세요. 저는 25년 전에 혼자 홍도에 갔다가 사장님 댁에서 몇 일 묵고 온 사람입니다. 그때 주신 명함이 아직 그대로 있어 혹여 지금도 거기 계신가 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아 그류? 지금은 횟집도 하고 민박도 하고 그류. 자리도 그 자리유"
"아 그렇군요. 그때 일곱 살 쯤 된 따님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요?"
"아 벌써 시집 갔쥬, 그럼유, 그게 언젠디유."

내일 아침 일찍 제주항을 떠나는 배를 타고 목포로 가고 거기서 13:40분 배로 홍도에 들어갑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갑니다.
25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면서요...'




위와 같은 내용의 글과 사진 몇 장을 인터넷의 어느 사이트에 올렸더니 아이디만 알 뿐 아직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 목포에 도착하면 식사라도 같이 하자시며 쪽지와 전화를 주셨다. 일정이 그때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말씀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다.

이젠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내일 아침 출발만 하면 된다.
그런데 여행을 앞두고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우리 집 발코니 '농장'엔 상추 다섯 그루, 근대 열 그루, 고추 세 그루, 방울토마토 다섯 그루, 허브 세 종류 등등이 자라고 있는데 어젠 처음으로 큰 고추 하나를 '수확'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런데 무슨고민...?
방금 발코니에서 이군이 '이것 좀 보세요~!!' 하길래 나가보니, 드디어 마침내 방울토마토 하나가 붉으스럼하게 익고 있었던 것이었다~~!!!

글쎄 그런데 그게 왜 고민거리냐고...!!
내가 내일 아침 3박 4일 일정으로 홍도로 가는데 이 방울토마토는 내가 오기 전에 다 익을 거고 익은 방울토마토는 이군이 혼자 따먹어버리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일 갔다가 모레쯤 홍도에서 돌아올 수도 없고....
이군이 익은 방울토마토 따다 양심적으로 반만 잘라서 먹고 나머지 반은 홍도에서 돌아온 내게 줘야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게 뻔하고...

방울토마토 다 익을 때까지 홍도 가지 말까...

이런 '고민'을 어느 친구에게 말했더니 간단한 해결방법을 알려 준다. 세상 살아가면서 역시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방울토마토 뽑아서 화분에 심어서 가져가면 되는 거지 뭔 고민이냐.
그러면 방울토마토 따 먹어가면서 여행하게 되고 좋잖아.'

천재다.
머리 좋은 친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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